우리말 시간 여행 - 오늘의 우리말 [혼나다]
[STB하이라이트]



이러한 세계관은 언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혼비백산魂飛魄散은 혼이 날아가고 넋이 흩어질 만큼 놀란 상태를 나타내고, ‘혼쭐나다’라는 표현은 혼과 몸을 잇는 생명선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을 의미했습니다. 옛날 서당에서 훈장에게 꾸지람을 들을 때나 관청에서 형벌을 받는 순간을 떠올려 보면, 왜 그런 표현이 생겨났는지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로 “혼이 빠져나갈 정도의 두려움”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혼나다’는 단순히 야단을 맞는다는 가벼운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혼이 나간 것 같다.”, “영혼 없는 소리 하지 마.”와 같은 표현을 일상적으로 사용합니다. 이런 표현들은 단순한 비유가 아닙니다. 우리 조상들이 믿었던 속사람과 겉사람의 관계, 그리고 그들을 연결하는 혼줄에 대한 관념이 지금도 우리 언어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혼나다. 이 한마디 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생과 사, 몸과 마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인간의 이원적 존재 구조, 영적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녹아 있는 의미 깊은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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